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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사람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던가.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있고, 계획이 있으며, 해야 할 일들이 있는 여행, 전적으로 내 위주의 행로에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소중한 기억이기도 하다.

이를 잘 말해주셨던 분이 첫날 묵었던 화성시 팔탄면의 풍성한교회 전도사님이다. 가족분들과 교회 옆에서 사시던 전도사님 내외분은 우리의 사정을 듣고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선뜻 방을 내주셨다. 그리고는 비싼 숙박비라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청구하셨다. 불편함없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며, 특히 달랑 참치 하나뿐인 반찬을 보시고는 김치와 더불어 방금 막 만드신 것 듯한 김치, 야채, 소세지 볶음은 감동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대학생활의 모습이라던가, 우리의 처지, 교회에 대한 이미지, 전도사님 자제분들 이야기, 심지어는 정치적인 이야기까지로 그 대화의 폭이 매우 넓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때로는 토론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도 물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만나는 그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말씀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주변에서 보여 찾아간 교회이기는 하지만, 이런 만남은 일상생활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만남이 아니던가. 또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게 될지도 모르는 만남이기는 하지만. 신기하게도 만남은 이루어졌다. 전도사님 덕분에 첫날부터 너무 좋은 곳에서 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제주도 여행중에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 두번이나 함께 방을 잡았던 윤재식씨. 2살 많은 졸업반으로 목포에서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들어왔다. 고병수 이사님을 만나 식사를 한 뒤 늦게 출발하여, 비가 한창 오던 한림읍 해안도로 어딘가에서 만났다. 비를 많이 맞아 방은 잡기는 잡아야겠는데, 이왕이면 둘이서 한방 잡는거 보다는 셋이서 한방 잡는것이 서로 돈도 절약하고, 이야기도 하고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앞에 우비를 입고 가고 있던 재식씨를 내가 잡았다.


혼자 여행중이고, 게다가 비까지 오는 바람에 더욱 힘든 하루였다. 재식씨도 혼자라 마침 잘됐다며, 함께 방을 잡았다. 셋이서 2만원짜리 방을 잡았으니 나름 절약을 하긴 했다. 10인분으로 둘이서 열 두끼를 아껴먹어 쌀이 다 떨어졌는데, 희한하게도 재식씨는 쌀만 있었다. 제주도에는 자전거나 스쿠터를 대여해가면 텐트나 코펠등 야영장비 일체를 무료로 대여해주어, 이를 대비하여 쌀을 집에서 챙겨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 가는 경우에는 야영장비 대여가 불가하여, 그냥 쌀만 갖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서로 필요한 사람들끼리 신기하게도 만났다. 씻고, 밥도 해 먹은 뒤 제주도 쌀 막걸리를 마시며 새로운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어차피 가는 방향이 같기 때문에 가는 종종 만나게 됐고, 결국 이튿날 밤도 함께 보냈다.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고 있으며, 관련 업체 입사를 준비중이라는데, 잘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에 있어 많은 고마운 분들이 있었지만 특히 고마운 분이 바로 새사연 고병수 이사님이시다. 새사연 모임하면서 한 두세번 술자리에서 뵀던 적이 있었고, 딴 건 몰라도 제주도 가면 흑돼지 먹을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본 내 목소리가 기억이 났다. 그래서 안면몰수하고 연락을 드렸다. 제주도까지 왔는데- 인사라도 드리고 갈 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이 되시면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라도 한끼 했으면 했던 마음은 있었다. 다행히 이사님께서 일하시는 병원이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서 가까워 바로 이동하여 뵐수 있었다. 곧장 기름칠 하러 갑시다 하시며 정말 제주도 흑돼지를 사주셨다. 돼지가 정말 그동안 먹던 돼지랑 다르다. 두툼하며 육질이 기가막힌 흑돼지. 거기에 제주도 지도를 보시면서 세세하게 여행 가이드를 해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린 후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이사님께서는 제주도의 마지막 날인 9일째에 다시한번 보도록 하자고 하셨다.


제주도 일주를 모두 마치고 이사님을 용두암에서 만났다. 근처가 고향이신터라 왠만한 가이드도 하지못한 리얼의 설명을 해주셨다. 특히, 바로 바다물 옆에 돌로 둘러쌓여 고여있던 물이 해수가 아니라 지하수가 나온 물이라는 설명은 용두암을 지나간 수도 없이 많은 사람중 몇이나 알수 있을까. 당연히 밀려들어온 해수인줄 알았으나, 신발벗고 들어가보니 진정 담수였다. 그리고 연방 한쪽에서는 지하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거 이사님 어린 시절에는 이곳에서 물을 떠오는 학교생활을 하셨단다. 그리고 근처 바다가 보이는 횟집으로 식사를 하러갔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전복과 해삼 등 각종 해산물에 이어 커다랗게 나오는 회 한접시. 돌 돔회. (회에 대해서는 식사편에 사진과 함께 적어 놓았다.) 일년 중 여름 성수기 많은 분들이 이사님을 찾아 오거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시기별로 가장 앞 환대에서부터 끝자락의 박대까지, 맞이하는 정도가 있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이번에 이사님으로 부터 받은 것은 초특급럭셔리특환대였다. 몇 차례 뵌 적도 몇 번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큰 환대를 받아버려 감사의 마음 이상으로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이를 어찌할지...

결코 접할 수 없을 식사의 대접 뿐만 아니라, 항상 세세하게 신경써 주시고, 많은 것들 설명해주셨던 점에 있어 고마움의 인사를 몇번이고 드리고 싶다. 너무 고맙습니다.

제주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중인 재현이형. 승현이집에 놀러가서 몇번 보다가, 고등학교때 잠깐 형으로부터 과외를 직접 받았었다. 그리고 형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진학했고 현재는 공중보건의로 제주도에서 근무중이었다. 고로 혹시나 하루 묵어갈 수 있을까 싶어 승현이를 통해 연락을 드렸다. 그러나 형이 위치한 곳이 계획상 자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물이라도 한 잔 얻어마시기로 했다. 오후 네시 쯤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게 되었다. 밥이라도 같이 먹기 위해 점심시간은 지났지만, 빵으로 공복을 채우고 원덕읍으로 달렸다.


형이 직접 근처에 있는 조각공원으로 마중을 나와주셨다. 군대 가기전에 승현이네 집에서 한번 본 뒤에는 처음이니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 듯, 정말 의사선생님같은 모습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처음으로 차를 탔다. 낑낑대며 앞서가던 자전거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불과 한 두시간뒤에 같은 처지에 놓을 것을 알면서도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일단 형의 차로 주변의 식당으로 이동했다. 처음 간 집이 휴일이라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맛본 것은 제주도산 돼지갈비인데, 이불갈비라는 것이다. 정말 갈비가 이불처럼 크고 길었다. 대단한 이불갈비다.

형이 지내는 보건지소 건물에 자고갈 수 있으니 하루 쉬고 가라고 편의를 봐주셨지만, 다음날 우도로 들어가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좀 더 가야만 했다. 형 덕분에 서귀포의 밑도 끝도 없는 롤러코스터같은 오르막을 견뎌낼 수 있었다. 재현이형 고맙습니다_!!

이 외에도 참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얻었다. 마을회관을 선뜻 내주신 것도 모자라, 직접 물과 김치를 가져다 주신 고창군 남산마을 이장님 내외분, 볶음밥을 듬뿍 주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함평군 학교면의 해남식당 내외분, 물 한병을 일절 군소리 없이 떠갈수 있도록 해주셨던 주유소, 식당의 고마우신 분들, 제주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그간 늘어난 면상철판으로 단체 관광을 가시며 음식 가득 장만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분들께 얻어먹은 떡과 고기, 그리고 마지막 목포역에서 규정상 접이식 자전거이외에는 실을 수 없음에도, "안된다고 해도 방법이 없지 않나요?"라고 하시며, 직접 여기 저기 전화를 하셔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부탁하셨던 목포역 나종철님, 그리고 곳곳에서 만나고 이야기 나누었던 많은 분들, 정말 여행은 관광지와 풍경 뿐 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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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alsz